혹시 가벼운 감기인 줄 알았는데 열이 내리지 않고 온몸이 쑤시는 경험, 해보셨나요? 단순한 몸살감기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이 오작동하여 오히려 우리 몸을 공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무서운 상황이 바로 ‘패혈증’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패혈증,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패혈증 핵심 요약
- 패혈증은 단순한 감염이 아니라, 감염에 대한 우리 몸의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신성 염증 질환입니다.
- 원인균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항생제를 선택하기 위해 혈액 배양 검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치료의 성패는 ‘골든타임’에 달려있으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조기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몸의 경고등, 패혈증이란 무엇일까
패혈증(Sepsis)은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 미생물에 감염되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여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피에 균이 돌아다니는 ‘균혈증’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면역 체계가 외부 침입균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만, 면역력이 저하되었거나 균이 너무 강력할 경우, 면역 반응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신성 염증 반응 증후군(SIRS)은 신체 여러 장기의 기능을 손상시켜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패혈증의 정의 변화
과거에는 체온, 심박수, 호흡수, 백혈구 수치 등을 기준으로 하는 전신성 염증 반응 증후군(SIRS) 기준을 통해 패혈증을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이 감염이 아닌 다른 원인(외상, 췌장염 등)으로도 나타날 수 있어, 최근에는 감염으로 인한 장기 기능 장애 여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현재는 장기 기능 장애를 평가하는 SOFA 점수(Sequential Organ Failure Assessment score)가 2점 이상 급격히 증가한 경우를 패혈증으로 진단하는 추세입니다. 이는 패혈증 진단과 치료의 방향이 단순 염증 반응 억제에서 장기 기능 보호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보이지 않는 적, 패혈증의 다양한 원인
패혈증은 우리 몸 어디에서든 시작될 수 있는 감염에서 비롯됩니다. 원인이 되는 미생물은 세균이 가장 흔하지만, 바이러스, 진균(곰팡이), 기생충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감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감염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입니다.
감염, 모든 것의 시작
패혈증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감염 부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호흡기 감염: 폐렴은 패혈증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 요로감염: 방광염이 신장으로 번지는 신우신염은 패혈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 복강 내 감염: 복막염, 담낭염, 췌장염 등 복부 장기의 감염도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피부 및 연조직 감염: 심한 상처 감염, 봉와직염, 수술 부위 감염, 욕창 등 피부를 통해 균이 침투하는 경우도 위험합니다.
- 기타: 뇌수막염, 골수염, 감염성 심내막염 등 신체 모든 부위의 감염이 패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병원 내 감염 또는 의료 관련 감염은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경우가 많아 치료가 더욱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중심정맥관 같은 카테터나 인공호흡기 사용도 감염 위험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법, 패혈증의 증상
패혈증의 초기 증상은 감기 몸살과 비슷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 증상 | 설명 |
|---|---|
| 고열 또는 저체온증 | 38도 이상의 고열이나 36도 이하의 비정상적인 저체온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 빠른 맥박(빈맥) 및 호흡(빈호흡) | 심박수와 호흡수가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
| 의식 변화 | 정신 착란, 지남력 상실(시간, 장소, 사람을 알아보지 못함), 의식 저하 등 갑작스러운 정신 상태의 변화가 나타납니다. |
| 혈압 저하 |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낮아져 어지럼증이나 실신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 피부 변화 | 피부가 차고 축축해지거나, 창백해지고 푸른빛을 띠는 청색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나고 상태가 악화되면 혈압이 유지되지 않는 패혈성 쇼크나 여러 장기가 동시에 기능을 잃는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혈전이 생겨 조직이 괴사하거나 급성 신부전, 호흡 부전, 간 기능 장애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인균을 찾는 결정적 단서, 혈액 배양 검사
패혈증이 의심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시행하는 검사가 바로 혈액 배양 검사입니다. 이 검사는 혈액 속에 돌아다니는 원인균을 직접 찾아내는 방법으로,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혈액 배양 검사는 왜 중요할까
혈액 배양 검사는 혈액을 채취하여 미생물이 자랄 수 있는 특수 배지에 넣고 배양하여 어떤 균이 자라는지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이 검사를 통해 감염을 일으킨 세균이나 진균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원인균이 밝혀지면, 해당 균에 가장 효과적인 항생제를 선택하여 치료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불필요한 광범위 항생제 사용을 줄여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응하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보통 3~5일 정도 소요되므로, 초기에는 경험적으로 광범위 항생제를 먼저 투여하고 결과 확인 후 적합한 항생제로 변경하게 됩니다.
혈액 검사로 알 수 있는 다른 지표들
혈액 배양 검사 외에도 다른 혈액 검사를 통해 우리 몸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백혈구 수치: 감염 시 증가하거나 심한 경우 오히려 감소할 수 있습니다.
- 염증 수치: C-반응성 단백(CRP), 프로칼시토닌(Procalcitonin) 수치 상승은 심각한 염증 반응을 시사합니다.
- 젖산 수치: 조직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증가하며, 장기 기능 부전의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이러한 여러 검사 결과와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장기 기능 장애 정도를 점수화하는 SOFA 점수 등을 활용해 패혈증을 진단하고 중증도를 판단합니다.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패혈증의 치료와 예방
패혈증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진단과 치료가 1시간 늦어질 때마다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발병 후 1시간 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생존율이 80%에 달하지만 6시간이 지나면 30%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시간과의 싸움, 패혈증 치료
패혈증 치료의 핵심은 조기 진단과 신속한 치료 개입입니다. 치료는 주로 중환자실에서 이루어지며, 핵심적인 치료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항생제 투여: 혈액 배양 검사를 위한 채혈 후, 가능한 한 빨리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합니다.
- 수액 치료 및 승압제 사용: 저혈압을 교정하고 주요 장기에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다량의 수액을 공급합니다. 수액 치료에도 혈압이 오르지 않으면 혈압을 높이는 승압제를 사용합니다.
- 산소 공급 및 기저 원인 제거: 호흡 곤란이 있는 경우 산소를 공급하고, 농양이나 괴사 조직 등 감염의 원인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수술이나 시술을 통해 제거합니다.
최선의 치료는 예방
패혈증은 완벽하게 예방하기는 어렵지만,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 손 씻기 및 상처 소독: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감염 예방법입니다. 작은 상처라도 깨끗이 소독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 예방접종: 폐렴구균, 인플루엔자 등 예방접종을 통해 패혈증의 주요 원인이 되는 감염 질환을 막을 수 있습니다.
- 만성질환 관리: 당뇨병, 암, 간질환 등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여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가 더 조심해야 할까, 패혈증 고위험군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특정 사람들에게 패혈증은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면역 체계가 약하거나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 노인 및 영유아: 면역 기능이 성인에 비해 약한 노인이나 신생아, 영유아는 감염에 취약하여 패혈증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 만성질환자: 당뇨병, 암, 신부전, 간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을 앓고 있는 환자는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어 위험이 큽니다.
- 면역억제제 사용자: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항암치료,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는 등 인위적으로 면역 기능이 억제된 환자 역시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이러한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평소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감염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가볍게 여기지 말고 신속하게 의료진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